몇 달마다 한번씩 애플 WWDC때만 되면, 새로운 iPhone이 나오니 마니, 우리나라에 iPhone이 출시되니 마니가지고 시끌시끌하다. 그 후의 패턴은 항상 같다. 결국 한국은 출시 국가에서 제외…
대부분의 블로그 글들을 읽어보면, SKT나 KT나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왜 외면하냐 같은 글이 많지만, 맞고 틀리고를 떠나,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다. 애플의 사업모델과 우리나라 통신회사의 사업모델이 전략적인 방향성에서 완전히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그걸 가지고서 KT가 잘못 생각한다고만 하는건, 사실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오히려 나는 iPhone의 도입은 올 하반기에 다른 업체가 도입할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본다.
사실 지금의 무선 통신 시장은 상당히 재미있는 모양이 되어가고 있다. 전체적인 통신 판의 흐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큰 그림을 정리해 놓았다. (http://eyeon.tistory.com/entry/Mobile-internet). 기본적으로 1990년대 제시되었던 ‘stupid network’ 논쟁부터 시작해서, 통신산업에서 수익의 핵심은 contents/platform 사업일거라는 건 누구나 느끼고 있다. Network 업체 입장에서 이걸 잃어버린 유선 시장은 너무나도 아까운 거고, 무선에서만큼은 절대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 그게 왜 KT가 죽어라 방송사업에 진입을 하고 싶어하느냐고, 그게 왜 SKT가 죽어라 contents/platform에 돈 쏟아붓는 이유다. 분명히, KT의 비전은 ‘유/무선 network를 통합해서 묶어서 통신료 따먹을 고객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그 위에 방송과 통신을 묶은 platform을 구축하고, 거기서 contents 장사까지도 해보고 싶은게 vision일 가능성이 80% 이상일거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KT에게 iPhone 들여와서 market share 늘이면 좋잖아라고 하지만, KT 입장에서는 어짜피 triple play service나 QPS(여기에 Wibro라는 무선 data까지)로 SKT share 뺏어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상황인데, (사실 KT가 SKT의 무선 share를 뺏어오는 제일 좋은 방법은 지금 070처럼 Wibro에 VoIP 얹어서 IP 기반의 완벽한 data/voice 서비스로 차별화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나중에 따로 써야지.) 고작 1~2% 가입자 늘리겠다고 자신의 vision으로 그리는 사업모델을 훼손시키는 일을 하는것도 사실 알수 없다.
사실 외국만 봐도 상황은 간단하다. 전세계 최대의 이동통신회사인 Vodafone은 iPhone 안판다. 미국도 1위 업체인 Verizon은 취급 안한다. 일본도 마찬가지. NTT DoCoMo나 2위업체인 au는 iPhone 취급 안한다. iPhone을 파는 건 나름대로 철학적인 방향에서 platform 개방을 해도, 우리가 잘할 자신이 있다는 믿음이 있는 T-Mobile 계열이나, 후발업체로서 조금이라도 market share 늘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일본의 Softbank Mobile이나 T-mobile의 접근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관심도 있지만, 이것도 나중에..) 이들이 바보라서라기 보다는, iPhone이라는 사탕을 멋모르고 삼켰다가 초래할 후폭풍 – 자신들이 꿈꿔온 사업영역의 궁극적인 소멸 - 이 너무 무서운거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한국에서 iPhone을 들여올 만한 건, LG Telecom이다. 최근의 사업모델 방향성도 그렇고, 포지션도 그렇고 딱이긴 한데, 문제는 LGT의 경우, WCDMA 사업권을 따질 못해서, 현재의 network로는 애플이 전용 iPhone을 새로 개발해 주지 않는 한,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iPhone 도입은 물건너 간거냐? 나는 대안이 곧 나올거라고 믿는다. 원래대로라면 이번 임시국회때 처리되어야 하는 법안 중 하나가 바로 MVNO 관련법안이다. (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는 말 그대로 물리적인 network를 갖고 있는 이동통신업체(MNO)로부터 물리적인 망만 빌려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대표적으로 Virgin Mobile) 나는 MVNO 업체야말로 iPhone과 궁합이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SKT야 MVNO가 자기들 자체 platform 가져가는 걸 막아보려고 난리를 치겠지만, 지금의 방통위 흘러가는 분위기로 볼 때, 그걸 막기는 어려워 보이고, MVNO가 자체적으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돈이라는 측면에서도 MVNO 업체에게는 network traffic 정도면 충분히 크다. (기존 통신업체에게는 그것도 부족하지만…) 우리나라 1%의 시장만 먹어도, 매출 2천억 이상의 회사가 한방에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MVNO가 가져야 되는 건, 경쟁력 있는 단말과 contents/platform이다. MVNO에게 있어, 기존 MNO 대비로 platform과 contents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망을 열어버리고, 경쟁력 있는 유선 contents/platform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는 거다. 그거에 가장 잘 맞는 단말이 바로 iPhone인 건 자명하다.
문제는 애플 입장에서 쬐끄만한 MVNO 업체가 성에 차겠느냐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KT나 SKT야 어짜피 가능성 없고, (개인적으로 지금 KT나 SKT랑 deal 안될거라는 건 애플도 알거다. 애플로서도 굳이 이 쪼그만 시장에서 자기들 비즈모델 희생하는 전례를 만들 이유는 전혀 없고..) 조금만 경쟁력 있는 IT회사가 MVNO를 세운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돈 여력 있는 Naver나 NC Soft 또는 Daum이 MVNO를 시도하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그 정도의 brand라면 애플로서도 혹할만하고, 회사 입장에서도 한방에 수천억 매출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까나..



